이병률 산문집 - 끌림
from 정상 입력/문장 2010/03/1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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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즉 '다시 돌아올 기약으로 그렇게 떠나는' 일련의 행위에 대해서 예전에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무엇을 구경하러 부득이 그러한 수고를 감수하는 거냐고.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나 자신의 견문이
손톱과 살갗 사이만큼이나 좁다는 것을. 스스로가 거하는 장소 이외의 풍경이 평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정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인상 깊은 장면들은 단지 보고 접하기만 해도
어떠한 식으로건 그 사람의 삶에 투영되어 끝끝내 반향을 일으키고야 만다는 것을.
Travel Notes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말 그대로 산문집이라기보다는 여행 노트에 가깝다. 이국적인 광경이 담긴
사진과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교차하는 구성, 왠지 지인의 책장을 훑다가 문득 발견하게 되면 당사자는 쑥스러워하며
괜시리 주절거리게 될법한 개인적인 기록. 힘주어 뭔가를 내세우지도, 그렇다고 어느 장소에 들렀다고만 뻣뻣하게
남겨놓지도 않고, 다만 '여행 기간조차 흡사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 것처럼' 느꼈던 바를 털어놓는 그 어조가 마음에
들었다. 그 많은 곳을 돌아보았기에 들렀던 각지의 색깔이 저토록 더욱 뚜렷하게 대비가 되는 거겠지, 하는 생각에
내심 부럽기도 하고. 만약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읽었더라면 지금만큼의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으리라.
현실은 조만간 닥쳐올 어떤 결말이 두려운 시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지금 내 세상에 없는 광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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