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블로그를 이웃추가해놓아서 목록이 추가될 때마다 업데이트된 블로그 메뉴에 뜨곤 하는데,

얼마 전에 150권을 돌파했다. 149권째가 김승옥 - 무진기행인 걸 리스트에서 확인하자마자 예전부터 이 시리즈를

접할 때마다 느끼곤 했던 의구심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으니, 어째서 '세계'문학전집에 한국 작품이 여러편

포함되어있는 것일까 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들 사이에 끼어있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걸작들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라고 말하는 듯한 뉘앙스가 초반 10권째인 한국단편문학선1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배치되어있는데, 일단 취지는 좋다. 좋긴 하다만, 과연 이 작품들이 같은 전집의 다른 외국 작품들 못지 않은 실적을

올리고 있을까?

  나는 우리나라 문학작품을 폄하하려는 의도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이게 과연 팔릴만한

마케팅 전략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여기 포함된 한국 소설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접해봤을법한 유명한 작품들로, 발행한 출판사 수를 헤아리는 일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이미 많은

책들이 나와있다. 그래서인지 세계 속에서의 한국 문학의 위상을 보여주려는 본지와는 관계없이 일단 레드오션에

뛰어들었다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진다(가격이 다른 곳에서 펴낸 책에 비해 저렴한 편도 아니다). 게다가 한가지 더,

이 시리즈를 접하는 독자층이 과연 이 작품들을 구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전집을 모으고 있는 게 아닌 바에야,

어릴 때부터 보고 들어 줄거리가 눈감고도 짚히는, 심지어 교과서나 언어영역 문제집에서도 툭하면 튀어나오는

구운몽이나 춘향전을 단지 '세계문학전집의 일부로서 한국작품을 다시 느끼기 위해' 돈을 주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굳이 구운몽이나 춘향전같은 고전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 앞서 말했듯이 작품 수준이나 격의 문제가 아니라 - 이

전집에 속한 한국작품들은 마찬가지 이유에서 '어느 정도 수긍은 가지만, 세계문학전집을 찾는 소비자로서는 다른

외국 작품들보다 집어들어 읽을 마음이 동하는 정도가 다소 덜할 것 같다'고 여겨진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글들이

라고 생각하지만, 차라리 세계문학전집에 필적할만한 한국문학전집의 기획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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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쓴 글. 요지는 타게팅이며, 문화사대주의적인 착안이 아닌 순전히 기호의 문제라는 얘기...였냐 뭐냐 이거.

참고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2012년 3월 3일 현재 280권까지 나와있으며, 그 중 한국 작품은 다음과 같다.

10 한국단편문학선 1 김동인 外 지음/이남호 엮음 8,500원

20 한국단편문학선 2 김동리 外 지음/이남호 엮음 8,500원

51ㆍ52 황제를 위하여 1,2 이문열 각권 7,500원

72 구운몽 김만중/송성욱 옮김 7,000원

100 춘향전 송성욱 풀어옮김/백범영 그림 10,000원

125 돼지꿈(삼포 가는 길ㆍ객지 외) 황석영 9,000원

149 무진기행 김승옥/9,000원

166 삼국유사 일연/김원중 옮김 9,000원

200 홍길동전 허균 저/김탁환 역해/백범영 그림 10,000원

204 금오신화 김시습 저/이지하 역 8,000원

250 무정 이광수 저/정영훈 편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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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ibrovely 2012/03/03 22: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앞부분을 읽으면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150권이 나왔다니 무슨말인가 했어요..ㅡㅡ;
    이젠 소설도 좀 읽어볼까 하는 생각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도서목록을 언젠가부터 가져다 두었는데
    여기에도 이미 250권...근데 이젠 280권이나 나왔나보네요...
    한국 소설이 끼어 있는 건 뭔가 많이 어색하긴 하네요...더 슬픈 건 그 한국 소설 중 제대로 읽은 게 없다는 사실..

    • BlogIcon Delic 2012/03/04 23:22  address  modify / delete

      5년만에 거의 100권이 넘게 나왔으니 5년 뒤면 또 그 정도 나와있겠네요,
      읽지 못한 게 너무 많은데 이 전집만 해도 따라가기가 벅찬 것 같아요...

 몇번째 잠들지 않는 밤일까. A는 뒤척임마저 새삼스러운 잠자리에서 짜증 반 아쉬움 반이 뒤섞인 심정으로

벗어난다. 이 때만큼은, 이상하기도 하지, 피곤한 와중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치고는 머릿속이 너무도 환하다.

마치 수정구나 어떤 투명한 실험기구를 들여다보고 있기라도 한 듯이, 자그마한 그 속에 세상의 진리나 정수라도

깃들어있는 양. 이 밤 잠시나마, 이제야 모든 것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시간대 특유의 알 수 없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밤은 사람을 쉽게 속인다. 외로움의 나락으로 떨구어놓았다가, 낮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고작 누군가의

차분한 어조 하나, 어쩌다 닿은 따뜻한 손길 하나 가지고도 마음을 쉽게 흔들고 또 헛된 기대에 부풀어오르게

만들거든. 그래, 어쩌면 그런 생각에서였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잠들 수 있을 것만 같다...던 느낌은, A가 확신하던
 
그런 직감이 아니었던 거다.

 그래서, 몇번째 잠들지 않는 밤일까. 누구도 잠든 횟수와 잠들지 못한 횟수를 기억하지 않는다. 개인의 행동 패턴에

대한 통계는 실험이나 매체의 기사에서 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A의 호기심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다만
 
100번은 넘겠지만 그래도 1000번까지는 - 아무리 그래도 설마 3년이나 - 아니겠거니 정도의 막연한 어림은
 
해두었다. 그게 100번에 가까운지 1000번에 가까운지 정량적으로 알 수 없는 것은 유감이다. 발전하는 기술과
 
문명에 어떤 맹점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구석이지 않을까. 구석기 시대 잠못드는 동굴에도 어둠 속에서 분진마냥
 
희미한 빛을 더듬는 눈길이 있었을텐데, 그네들이라도 이런 주먹구구식의 셈은 할 수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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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기 위해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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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올 한 해를 지나보내며 감정의 기복을 견딜 때마다 이 결산을 쓰는 장면을 몇십번, 몇백번이고 떠올려왔다.
 
매번 각기 다른 여러가지를 생각했다, 생각했는데...되돌아보면 결국 다 투정에 엄살이며 핑계에다 변명일뿐이더라.

부질없으니, 혹은 어떤 경우에는 하고 싶어도 해선 안될 말이라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 이것저것 안으로 삭히고

가라앉히기로 하자. 결국은 어느 송년회 자리에서 쭈뼛거리며 주워섬겼던 것처럼


 말로는 미처 다 담지 못할 마음으로, 모두에게 감사하고, 또 모두에게 죄송합니다.

 
 그리고 차마 입 밖으로 내진 못했지만 이 페이지에 덧붙인다.


 이 묵언과 침잠에 용서를 구합니다.


입사, 신입사원 / 두 번의 이사, 마음으로 그려왔던 곳에 거하다 / 장마, 곰팡이, 제습기 / 幸せになろうよ /
 
"행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 [Jazzyfact] Big / [Jesse Powell] Take My Breath Away / 나는 가수다 /

싱가포르, 홍콩 / 2G에서 LTE로 / 6호선, 공항철도 / big spender / NBA 직장 폐쇄 / 동생 전역일에 김정일 사망 /

삼성 라이온즈 V5 / Top 밴드, 탑밴갤락페 / [임재범] 여러분 / 변검의 시작 / [Ego-Wrappin'] Monotonous Life

How To Make It in America (캔슬된 건 유감) / Entourage 완결 / 벌레 소굴 / 첫 동원훈련 / 나가사끼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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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관람 중 어떤 작품과 맞닥뜨린다. 이전에 본 적이 없는 류의, 구성은 명료하나 추상적인, 한참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그림이다. 한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두 갈래길 중 어느 쪽 그림부터 감상해야

할지 별 것 아닌 고민을 하다가, 어려운 발걸음을 옮기고는 마치 원래 가려던 방향이었던 양 자연스러운 기색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첫눈에 와닿지 않는 작가의 의중을 알지 못한 채로 포기하지 않고 똑바로 직시하려 노력해본다. 배경

지식이 전무할 경우에는, 일반적인 감각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비록 대상이 가진 본연의 의미와 내가 이해한 것이
 
들어맞지 않다 하더라도, 그것에도 그것 나름대로의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면 될 일이...라고 애써 생각해보지만
 
아직도 낯선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같은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었을 때, 나만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든 건 아닌지 문득 조바심이 난다. 벌써 몇몇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하고서 멀어져가는데,

나는 제자리에 서있었으면서도 괜히 길을 잃은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나는 이제서야 조금, 아주 조금은 알 것도
 
같은데...


 이 미술관은 내 인생이며, 전시관은 그 중에서도 내 사회 생활 챕터, 저 그림은 내가 업으로 삼은 일. studyphobia

같은 건 변명에 지나지 않으니, 결론은 닥치고 공부합시다. 후배들 들어오면 그래도 어설프게나마 도슨트 노릇 해야
 
할 것 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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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전쯤에 선배 여자친구 미니홈피 들렀다가 본 글귀 : 이 곳은 보여지는 공간이므로, 내 것이라 해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만해도 벌써 싸이월드 허세류 글에 과민하리만치 거부감을 느끼고 또 질려있었던

터라, 저게 단순히 그저 그런 과시용 문장 한 토막인 줄로만 알았는데.


 6년째 블로그를 굴리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지인들을 포함한 여러 관계와 그에 얽힌 각각의 사정들이

생각한 바를 원하는대로 입 밖에 내지 못하게 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게 사실이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아버지께서는 몇몇 글을 보시고는 당신의 아들이 좌파라 단정지으셨고, 나는 내 성향에 대해 설명해드리다 결국
 
그만두고는 특정 상황이나 사안에 대한 태도가 아닌 정치색이라는 유연하지 못한 프레임 안에 자신이 가두어지는

것이 싫어 그 이후로 시국 관련 글을 쓰는 일을 주저하게 되었다. 이제 직장인인 만큼, 몸담은 곳의 계열사 관련
 
제품을 함부로 평하거나 까는 글도 괜한 눈치에 마음 놓고 쓰지도 못할 거고. 여행 포스트 중 헤어진 여자친구와

갔던 곳은 아예 작성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일전에 휘성 앨범 리뷰 하면서 2집 때와 비교해 현재의 모습에 대해
 
아쉬운 소리 좀 했다가 팬덤의 공세를 겪은 이후로 왠지 누군가 달려들 것 같은 앨범은 아예 건드려보지도 않게

됐다. 그 밖에도, 소소하게 입을 다물게 하는 것들이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겠지...


 이 곳은 보여지는 곳이므로, 내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지금 끄적이는 것들은

소거법에 의해 제외된 보기들의 나머지 항같은 것일지도. 어쨌거나 그만둘 생각은 없고, 그나마 남들보다는 많은

관계에 둘러싸여져있지 않은 노마크 비슷한 상황이니까 내 쪽이 조금은 유리하지 않을까? 이제는 별로 찾는 이도
 
없으니.


 뭐, 이렇게 써놓고 보는 것도 어쩌면 하나의 의도를 지닌 포석이 될지도. 별 나쁜 뜻은 없다.


+) 정확히 작년 2월 27일 Favorites에 저장해놓은 정이현 작가의 트윗을 뒤늦게 다시 발견 : '글하나를썼다가지

웠다. 문득여기써서는안될것 같아서. 이곳은사적인공간일까, 공적인공간일까. 아아 지겨운자기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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