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째 잠들지 않는 밤일까. A는 뒤척임마저 새삼스러운 잠자리에서 짜증 반 아쉬움 반이 뒤섞인 심정으로

벗어난다. 이 때만큼은, 이상하기도 하지, 피곤한 와중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치고는 머릿속이 너무도 환하다.

마치 수정구나 어떤 투명한 실험기구를 들여다보고 있기라도 한 듯이, 자그마한 그 속에 세상의 진리나 정수라도

깃들어있는 양. 이 밤 잠시나마, 이제야 모든 것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시간대 특유의 알 수 없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밤은 사람을 쉽게 속인다. 외로움의 나락으로 떨구어놓았다가, 낮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고작 누군가의

차분한 어조 하나, 어쩌다 닿은 따뜻한 손길 하나 가지고도 마음을 쉽게 흔들고 또 헛된 기대에 부풀어오르게

만들거든. 그래, 어쩌면 그런 생각에서였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잠들 수 있을 것만 같다...던 느낌은, A가 확신하던
 
그런 직감이 아니었던 거다.

 그래서, 몇번째 잠들지 않는 밤일까. 누구도 잠든 횟수와 잠들지 못한 횟수를 기억하지 않는다. 개인의 행동 패턴에

대한 통계는 실험이나 매체의 기사에서 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A의 호기심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다만
 
100번은 넘겠지만 그래도 1000번까지는 - 아무리 그래도 설마 3년이나 - 아니겠거니 정도의 막연한 어림은
 
해두었다. 그게 100번에 가까운지 1000번에 가까운지 정량적으로 알 수 없는 것은 유감이다. 발전하는 기술과
 
문명에 어떤 맹점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구석이지 않을까. 구석기 시대 잠못드는 동굴에도 어둠 속에서 분진마냥
 
희미한 빛을 더듬는 눈길이 있었을텐데, 그네들이라도 이런 주먹구구식의 셈은 할 수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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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기 위해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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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올 한 해를 지나보내며 감정의 기복을 견딜 때마다 이 결산을 쓰는 장면을 몇십번, 몇백번이고 떠올려왔다.
 
매번 각기 다른 여러가지를 생각했다, 생각했는데...되돌아보면 결국 다 투정에 엄살이며 핑계에다 변명일뿐이더라.

부질없으니, 혹은 어떤 경우에는 하고 싶어도 해선 안될 말이라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 이것저것 안으로 삭히고

가라앉히기로 하자. 결국은 어느 송년회 자리에서 쭈뼛거리며 주워섬겼던 것처럼


 말로는 미처 다 담지 못할 마음으로, 모두에게 감사하고, 또 모두에게 죄송합니다.

 
 그리고 차마 입 밖으로 내진 못했지만 이 페이지에 덧붙인다.


 이 묵언과 침잠에 용서를 구합니다.


입사, 신입사원 / 두 번의 이사, 마음으로 그려왔던 곳에 거하다 / 장마, 곰팡이, 제습기 / 幸せになろうよ /
 
"행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 [Jazzyfact] Big / [Jesse Powell] Take My Breath Away / 나는 가수다 /

싱가포르, 홍콩 / 2G에서 LTE로 / 6호선, 공항철도 / big spender / NBA 직장 폐쇄 / 동생 전역일에 김정일 사망 /

삼성 라이온즈 V5 / Top 밴드, 탑밴갤락페 / [임재범] 여러분 / 변검의 시작 / [Ego-Wrappin'] Monotonous Life

How To Make It in America (캔슬된 건 유감) / Entourage 완결 / 벌레 소굴 / 첫 동원훈련 / 나가사끼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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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관람 중 어떤 작품과 맞닥뜨린다. 이전에 본 적이 없는 류의, 구성은 명료하나 추상적인, 한참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그림이다. 한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두 갈래길 중 어느 쪽 그림부터 감상해야

할지 별 것 아닌 고민을 하다가, 어려운 발걸음을 옮기고는 마치 원래 가려던 방향이었던 양 자연스러운 기색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첫눈에 와닿지 않는 작가의 의중을 알지 못한 채로 포기하지 않고 똑바로 직시하려 노력해본다. 배경

지식이 전무할 경우에는, 일반적인 감각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비록 대상이 가진 본연의 의미와 내가 이해한 것이
 
들어맞지 않다 하더라도, 그것에도 그것 나름대로의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면 될 일이...라고 애써 생각해보지만
 
아직도 낯선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같은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었을 때, 나만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든 건 아닌지 문득 조바심이 난다. 벌써 몇몇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하고서 멀어져가는데,

나는 제자리에 서있었으면서도 괜히 길을 잃은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나는 이제서야 조금, 아주 조금은 알 것도
 
같은데...


 이 미술관은 내 인생이며, 전시관은 그 중에서도 내 사회 생활 챕터, 저 그림은 내가 업으로 삼은 일. studyphobia

같은 건 변명에 지나지 않으니, 결론은 닥치고 공부합시다. 후배들 들어오면 그래도 어설프게나마 도슨트 노릇 해야
 
할 것 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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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전쯤에 선배 여자친구 미니홈피 들렀다가 본 글귀 : 이 곳은 보여지는 공간이므로, 내 것이라 해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만해도 벌써 싸이월드 허세류 글에 과민하리만치 거부감을 느끼고 또 질려있었던

터라, 저게 단순히 그저 그런 과시용 문장 한 토막인 줄로만 알았는데.


 6년째 블로그를 굴리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지인들을 포함한 여러 관계와 그에 얽힌 각각의 사정들이

생각한 바를 원하는대로 입 밖에 내지 못하게 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게 사실이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아버지께서는 몇몇 글을 보시고는 당신의 아들이 좌파라 단정지으셨고, 나는 내 성향에 대해 설명해드리다 결국
 
그만두고는 특정 상황이나 사안에 대한 태도가 아닌 정치색이라는 유연하지 못한 프레임 안에 자신이 가두어지는

것이 싫어 그 이후로 시국 관련 글을 쓰는 일을 주저하게 되었다. 이제 직장인인 만큼, 몸담은 곳의 계열사 관련
 
제품을 함부로 평하거나 까는 글도 괜한 눈치에 마음 놓고 쓰지도 못할 거고. 여행 포스트 중 헤어진 여자친구와

갔던 곳은 아예 작성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일전에 휘성 앨범 리뷰 하면서 2집 때와 비교해 현재의 모습에 대해
 
아쉬운 소리 좀 했다가 팬덤의 공세를 겪은 이후로 왠지 누군가 달려들 것 같은 앨범은 아예 건드려보지도 않게

됐다. 그 밖에도, 소소하게 입을 다물게 하는 것들이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겠지...


 이 곳은 보여지는 곳이므로, 내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지금 끄적이는 것들은

소거법에 의해 제외된 보기들의 나머지 항같은 것일지도. 어쨌거나 그만둘 생각은 없고, 그나마 남들보다는 많은

관계에 둘러싸여져있지 않은 노마크 비슷한 상황이니까 내 쪽이 조금은 유리하지 않을까? 이제는 별로 찾는 이도
 
없으니.


 뭐, 이렇게 써놓고 보는 것도 어쩌면 하나의 의도를 지닌 포석이 될지도. 별 나쁜 뜻은 없다.


+) 정확히 작년 2월 27일 Favorites에 저장해놓은 정이현 작가의 트윗을 뒤늦게 다시 발견 : '글하나를썼다가지

웠다. 문득여기써서는안될것 같아서. 이곳은사적인공간일까, 공적인공간일까. 아아 지겨운자기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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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작년에 머리 기를 적에 '어차피 잘 보일 사람도 없는데' 너저분해보여도 상관없지 않은가, 그런 비슷한 말들로
 
단정하지 못한 스스로의 외양에 대해 나름대로의 당위성같은 걸 부여하곤 했었는데(아이러니컬하게도 여지껏
 
살아오면서 그 때만큼 옷차림에 신경을 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제는 이게 하나의 습성으로

자리잡아버렸다고나 할까. 작년에는 정말 면접 때와 중요한 자리, 스스로 내켜서 하는 외출이 아니고서는 거의

낭인에 가까운 행색을 하고서 살았다(물론 머리는 다시 길렀다). 수염을 기르는 것도 아니면서 면도도 자주 안했고,

집에서 잠옷으로나 걸칠만한 옷가지들, 그것도 같은 걸로만 일주일동안 입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같은 수업이나
 
프로젝트 때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 눈초리가 그다지 곱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차피 그런 건 신경 안쓰니까 크게

상관은 없다고 대충 넘겨버리곤 했는데.

 올해 들어 오늘까지 짧은 기간동안 제법 많은 사람들을 대하면서, 내가 단순히 외모에 조금이라도 신경쓸 여력을

남겨두기가 귀찮거나 싫다고 여겨서 그래왔다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스스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

- 겉모습 이외의 행동이나 태도, 사고방식 - 은연 중에 영향을 미쳐왔던 건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애초에 준수한 이미지의 포기를 의도하고서 그렇게 살았던 건 아니지만, 다소간의 단정하지 못한 모습에 지나치게

관대함을 보인 틈을 타 뭔가 착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느 새부터인가 타인에게 보여지는 모습과 자기 관리로서
 
빚어나가야 하는 '나 자신'을 동일시해버리고는,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돌보는 일을

너무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놓아버린 건 아닐까. 그래서 결국 남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특정 상황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멋대로 굴어도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 크게 개의치 않게 되어버리고 만 걸까. 종래에는
 
내면으로 문제가 옮아가서?


 ...따위의 잡념들로 이 고민의 근거를 찾고 있다. 뭔가 우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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