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43. - 닮은 사람
from 정상 출력/잡담 2010/03/03 01:08* 사람 얼굴이라는 게, 아무리 제각각으로 생겼어도 개성이나 특징 이전에 분위기 등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대강의 분류같은 것이 있어서(더군다나 그런 걸 평소에 딱 부러지게 정해놓고 낯을 마주하는 것도 아니니), 시간상
앞서 접한 표본의 이미지를 훗날 떠올리게 되는 일이 종종 생기곤 한다. 어제 새로 만난 누구는 이름도 잘 떠오르지
않는 중학교 동창을 닮았다거나, 뭐 그런 거. 출생순이나 여타 기준은 개입할 여지도 없이 그냥 개인의 입장에서는
인지도가 남다른 유명인사가 아닌 이상 먼저 알게 된 사람이 기준이 된다는 것에 - 실상 다른 사람이 보면 내가 A를
보고 B를 닮았다 하는 것이 반대로 B가 A를 닮았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인데 - 처음에는 조금 억울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누군가와 닮았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또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 선수를 빼앗겼군, 같은 투정
어린 감정.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이상한 발상이지만서도.
그런데 근래에 지나쳐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그다지 오래 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이
사람은 누구와, 저 사람은 아무개와 비슷하다는 식으로 거의 빠짐없이 유형 분류가 된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곤
한다. 예전에는 가끔 지인과 닮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을 보게 되면 설마 이거 평생을 인공섬에서 지낼 뻔한 짐 캐리가
혹시 내 이야기인가, 트루먼 쇼라는 영화 자체도 실은 내게 이 시스템을 깨닫게 하려는 외부의 소행인가 하는 말도
안되는 공상을 하다 넘기곤 했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된 것이 전부 과거의 배우들이 새로이 역할을 배정받아 현재를
연기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이 전부 비슷하게 보여서 마치 공상이 현실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본 끝에, 친분이 없는 소위 '외부인'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무심해진 탓에 생김새를
파악하는 기준도 그에 따라 점차 상세하지 못하게 뭉떵그려지고 모호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마치 양산형으로 나오는 아이돌 개개인은 각각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심드렁하게 '그 나물에 그 밥'
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처럼. (하찮고 보잘 것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자주 많이 봐와서 질릴 지경이라는 의미)
모든 종류의 샘플을 목격해서라고 생각하기에는, 내 행동 반경이 그렇게 넓진 않았던 것 같고.
* 위에 이렇게 쓴 것치고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을만한 맥락의 이야기인데, 나는 혈연 관계인 두 사람이 닮았다고
하는 걸 잘 못알아보는 편이다. 코가 아빠를 닮았다느니, 눈매가 엄마를 닮았다느니 그런 얘기를 듣고 아무리 얼굴을
찬찬히 살펴봐도, 색각 검사책이 그런 것처럼 뚜렷한 경우가 아니면 전혀 모르겠더라. 이건 아무래도 연령의 개념이
개입되어서인 걸까, 평소에 다른 사람들 보면서 누군가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이대가 서로 다른 사람들 간의
비교였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으니.
* 성형한 여성분들의 경우 어느 부위가 닮아서 알아본다기보다는, 특유의 '부자연스러움'이 닮아서 알아차리게 되는
것 같다. 원래는 그런 것에도 둔한 편에 속했는데, 지난 주에 강남역 가서 보니까 이제 좀 알겠구나 싶더라. 특히
떡볶이 떡심이 너무 타이트한 느낌으로 들어가있는 듯한 비타협적인 코, 그 부분만 닮은 사람들 부대 지정해도
드래그 몇 번으로는 불가능할 정도.
*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비슷한 머리 스타일을 가진 이성의 뒷모습 대부분은 그 사람과 닮아보이는 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 동생 군대가기 전에 함께 목욕탕 갔을 때 둘 포함해서 주변 사람 서로 닮았다고 들었던 것들 가지고 농담 따먹기
식으로 헛소리하다가 브랑카(스파)랑 팔미(나루토) 드립에 때 밀다가 박장대소. 이제 들어간지 5일째, 건강히 잘
지내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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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무니나 누나, 그리고 여자친구가 쟤는 어디 고쳤고 어디 고쳤고 쏙쏙 집어내는거 보고 감탄했는데 하도 보다보니 이제 좀 알겠더군요 ㅎㅎ 문제는 아무리 지인이라도 확인차 물어보기가 어렵다는거죠~
저는 평소에 막 던지는 타입이라 그냥 대놓고 물어봅니다.
뻔뻔한 게 이럴 때 참 좋아요, 평소에는 욕 좀 먹어도...
저도 그런적 되게 많아요. 사람을 만나본 적이 많지 않은 탓인지 새로 만나는 사람도 전에 만났던 사람으로 치환시키는 기분이었어요. 머리스타일 이야기도 그렇구요. ㅎ
특히 요즘 들어 굉장히 눈이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다보니 뭐 예쁜 게 예쁜 게 아닌 것 같고, 어떤 얼굴이 못났는지도 모르겠고, 하여간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