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트릭 모디아노 (문학동네, 2007년)
상세보기

* 엊그제 지금 쓰고 있는 연습장의 앞부분을 뒤적거리다 몇 달 전 이 책에 대해 끄적였던 것을 발견. 까맣게 잊고

있었건만.

* 한 때 자신이 알고 지냈을지도 모를 상대방의 반응에 조바심을 내고, 자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실제로는 아니다)에

몰입하여 있지도 않은 기억에 잠시나마 어떤 잔존감이나 근거없는 익숙함을 느끼다 결국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되기를 수차례 반복하는 와중에 거의 독백에 가깝게 따라붙는 주인공의 심리에 대한 서술은, 마치 마음에 손발이

달려있고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면 이런 식으로 더듬어 자신을 혹은 세상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굉장히 섬세하다. 다른 것이 끼어들 틈도 없이 오직 '과거를 되찾음으로써 자신을 알고 싶어하는 인간'

하나뿐, 이 정도 호흡으로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자아의 혼돈을 진득하게 잡아낸 것은 비슷한 소재로 쓰여진
 
유사물 중에서도 찾기 쉽지 않으리라.

* 사실 누구나 과거를 조금씩 망각하며 살아가지만, 중간에 필름이 뭉터기로 몇 년치 송두리째 사라져버리는 느낌은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나 다루어질법한 황당한 소재' 정도의 뜬구름 잡는, 손에 와닿지 않는 감각으로 생각되는 것이

보통. 그런 연유 탓으로 '기억 상실'이라는 코드는 으레 어떤 시나리오를 이끌어나가는 데 필요한 수많은
 
'일반적이지 않은' - 그래서 더욱 클리셰가 될 소지가 다분했던 - 소재 중 하나로 다루어져왔다. 심지어 1978년작인

이 소설 이후로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주인공들이 영문도 모르고 작품 초반부터 기억을 박탈당한 채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등의 대사를 읊조리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스토리텔링의 역순 구성이라는

참신함으로 찬사를 받고, 어떤 이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에이전트물을 세상에 선보였...이건 번외격의 뻘소리, 에헴)

그 외 무수한 이들이 뭐 좀 지어보겠다고 캐릭터의 결함으로서, 사건의 근거로서 쉴 새 없이 이 장애 증상을

써먹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들에 나타난 '기억이 상실된 이의 심리'가 그럴싸한 비트맵 이미지 정도라면, 이

소설에 나타난 그것은 거의 도트(픽셀?)가 깨져서 드러나보일 만큼 자아 탐색에 있어서 훨씬 더 그 심리의 결에
 
깊숙이 접근해있다고 생각한다.

Trackback Address :: http://www.delic.pe.kr/trackback/295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