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 용의자 X의 헌신
from 정상 입력/문장 2009/06/20 15:00
| |||||||||||
* 지금까지 이 카테고리에 써왔던 방식이 있으니 굳이 글을 접어넣지는 않겠지만, 추리물이므로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을 우선 밝히고 시작해야하겠다. 원치 않으면 더 이상 읽어내려가지 않기를 바라는 바임.
* 읽어본 지는 좀 됐지만, 얼마 전에 영화로 보고 생각이 나서. 전에 잡담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이 작품이 영화화되어서 나온다고 했을 때 왠지 별로 탐탁치 않을 것 같아서 보지 않았으나, 갈릴레오를 보고 나서
이게 연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서부터 볼 마음이 들었다.
* 도와주고자 하는 사람의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택한 수단이 또 하나의 살인이라. 사실 시체 바꿔치기같은 패턴은
이제는 딱히 신선한 소재는 아니게 되어버린 것 같지만, 이를 한 남자의 연정과 한 데 묶어서 다소 현실성없고
극단적인 '헌신'의 애틋한 분위기를 주입시킨 건 단순한 치정의 케이스를 넘어서 작품의 색깔을 남다르게 보이게
하는 데 공헌했다는 생각. 다만 내가 그 남자 입장이라면 살인도 살인이지만, 끝까지 완벽하게 덮어주려고 자수를
택할 것 같진 않다. 지금의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굳이 수용자가 되는 것을 자처하면서까지 교정시설의 생태를
견뎌낼만한 재간도 없고 자신도 없다.
* 책에서는 본래 사체의 대체물 격으로 쓰인 또다른 피살자가 어디서 조달(?)되었는지, 나중에 사실이 밝혀지기
전이라면 꾹꾹 눌러읽지 않으면 지나쳐버릴 정도로 짤막하게 묘사되어있는데 반해, 영화에서는 그 환경이
관객들에게 일부러 상기라도 시키려는 듯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뜨끔할 정도로 거듭 나온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비어있는 벤치와 그 옆의 주인없는 짐을 마치 '옛다, 힌트'라는 느낌으로 너무 대놓고 비춰주기도
했고.
* 자신의 그러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수해버리는 그 여인과 마주치고는 절규하는 걸로 끝맺음. 이 대목이
의외로 굉장히 여운이 남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한 명의 인간이 감당하기 벅찬 커다란 감정들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서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순간인 것만 같아서. 이건 한 사람의 자백 이전에, 단순히 개인으로서의 양심과
남자에게서 온 호의·연정이 대립하는 구도로 봤을 때 결국 남자의 진심이 현실을 극복하고 뒤바꾸어놓을만큼 닿지는
않았다는 얘기니까. '그냥 거기 가만히 있어주기만 해도 됐잖아요, 어째서...' 이상의 그 무엇. 어쨌거나 이 예상치
못한 형태의 비극은 결말로서는 꽤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정상 입력 >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병률 산문집 - 끌림 (0) | 2010/03/11 |
|---|---|
| F. 스콧 피츠제럴드 - 피츠제럴드 단편선 2 (2) | 2010/02/02 |
| 히가시노 게이고 - 용의자 X의 헌신 (0) | 2009/06/20 |
| 파트릭 모디아노 -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0) | 2009/05/14 |
| 앨런 무어 - 브이 포 벤데타 (6) | 2009/03/31 |
| 데일 카네기 - 카네기 행복론 (4) | 2009/03/19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