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아미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기 드 모파상 (민음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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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 여자들 등처먹으며 출세하는, 외모는 출중한데 멘탈이 폐기물 급인 한 남자의 이야기. 막연히 지금보다 더

정숙한 분위기일 거라 여겨왔던 근대를 배경으로 치정과 불륜이 횡행하는 건 현대에 이르러서나 이루어진 각색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닌가보다. 하기사 시대를 막론하고 어딜 가나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놈팽이

남성상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도덕과 규율의 경계를 넘어서면서까지 자신의 야욕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들을

탐하는 인간형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니.

 벨아미(Bel-Ami)는 '미남 친구'라는 뜻의 불어로, 주인공의 첫번째 내연녀의 딸이 지칭한 이후 그의 별명이 되었다.

자신이 고백했을 때의 상대방이 넘어올 승산에 대한 확신도 그렇고, 의외로 너무도 순순히(!) 마음을 허락하는

상대방들로 미루어봐서 미남이라는 점은 확실한 모양. (이런 캐릭터였더라면 인생살이가 적어도 불편하지는

않으련만, 하...) 오늘의 술과 내일의 저녁식사를 놓고 가용예산을 고민하던 무일푼의 전직 하사관은, 고위층의

유부녀 셋을 거쳐 마지막에는 실력자의 자제와 혼인하여 - 심지어는 바로 그 이전 내연녀가 장모가 되는 상황 -

기어이 권력과 재력의 노른자위를 차지한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는 '도움이 될 거야' 정도로 시작되었던 관계에의

미약한 의지가, 점차 커져가는 욕심에 새로운 결혼을 위해 이혼하고자 아내의 간통 현장 급습을 신중하게 계획할

정도로 적극적이고도 담대해져가는 주인공의 변화. 애시당초 스스로의 질투와 변심이 그에게 있어서는 경계

대상으로 간주할 거리도 아니었지만, 그 뒤틀린 심리가 이토록 생동감을 얻으며 자라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뻗어나갈 줄이야.

 그나저나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위태로움을 넘어섰으면서 명망은 한없이 드높아져만 가다니, 이건 어디서 많이

본 것만 같은 그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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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ibrovely 2012/02/05 17: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자 등처먹는 이야기라니 재밌겠네요
    원래 겉으로 고상한척 하는 시대가 속으로는 더 썩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이 되면서도 어느 시대건 똑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벨아미는 어쩌면 새로운 방향에서의 남녀평등주의자군요 남자 등처먹는 여자만 많이 등장하기에...ㅎㅎ

    • BlogIcon Delic 2012/02/05 21:18  address  modify / delete

      남자 등처먹는 여자 이야기도 좀 읽어보고 싶네요, 분노와 적개심에 불타보렵니다.
      그런데 그런 종류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잘 생각이 나질 않네요...?

  2. 2012/02/08 13: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Delic 2012/02/08 21:31  address  modify / delete

      그런 이야기의 카테고리가 방대하기까지 하다니 이럴 수가...
      긴장하고 경계하며 살기로 새삼 다짐해봅니다.
      세상은 역시 무서운 곳이어요.

  3. librovely 2012/02/12 22: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남자 등처먹는 여자 이야기...가 의외로 생각이 안나네요...굳이 소설로 쓸 필요가 없나 현실에 많아서?ㅎ
    벨아미 영화로도 나오나봐요 알고 읽으신거 같지만

    • BlogIcon Delic 2012/02/12 23:26  address  modify / delete

      다른 우연한 기회를 통해 접한 책이었는데, 끝마치고 나서 김동률 인터뷰 읽으려고 샀던 씨네21을 보다가 2012 외화 라인업 소개 페이지 중 3월 개봉작에서 제목 발견하고는 영화로 나온다는 걸 알았어요. 타이밍 희한하죠?

공항에서일주일을(히드로다이어리)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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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공항에 대한 기억이 떠올려낼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부분은 2007년 제대 직후이다. 그 이전에

비행기를 탔던 일이라고는 죄다 유년기에 - 혹은 유년이라는 단어를 쓰기 멋적을 정도로 어린 나이에 - 있었던

일인데다, 누군가의 여행을 배웅하거나 마중나가는 일 같은 것도 없었으니까. 하기사 그 이후로도 몇 번 나가보지는

않았으니 무엇을 이야기한들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뭇 이용객들이 토로하는 것과 비슷한

성질의 감흥에 지나지 않으리라. 이를테면,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눈 빠지도록 지루해보이는 공항 검색대 근무에

대한 단상이라거나(금속 탐지기 대신 매그니토를 고용해), 주변의 몇몇에게 꽤 많은 환상을 빚지고 있을
 
스튜어디스들, 라운지 이용이 가능한 항공사 멤버쉽 등급과 그에 필요한 탑승 마일리지, 연착, 유료 인터넷, 의자와
 
바닥에 여기저기 널부러진 여행자들 등등.

 알랭 드 보통은 런던 히드로 공항을 소유한 회사로부터 초청받아 일주일간 공항에 상주하면서 집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공항의 일상에 작가의 시선을 차용한다 : 이 결과물에 대한 고용인의 기대가 앞서 언급한 보통
 
이용객들의 단편적인 느낌을 상회하는 그 무엇이었다면, 목적은 십분 달성되고도 남은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공항에 대한 남다른 생각이건 그냥 딴 생각이건, 보통 쾌적함과 편의성으로 점철되기 쉬운(더 나아가서는 다소간의
 
동경 추가) 뻔한 감흥과는 달리 그 구획을 여러 소재별로 재배치해 정리해놓으니, 결과적으로 '작가 자신의 의지'와

'공항 측이 내보이려던 총체적인 이미지'가 동시에 충족되는 느낌이랄까. 그것이 어떤 포맷을 강요당하지 않은,

온전히 작가의 자유로운 상황 포착에 내맡겨진 글이라는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 단 일주일간의 상주와

배회만으로도 이토록 평범한 장소며 사람, 프로세스에 인습적인 것 이외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 중간에 영국 항공 대표를 인터뷰하는 대목에서 인터뷰라는 접근법의 이면에 대한 묘사가 흥미롭다. 이 이야기를

조금 더 들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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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ibrovely 2012/01/20 23: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일주일간의 상주와 배회만으로도 이토록 평범한 장소며 사람, 프로세스에 인습적인 것 이외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알랭 드 보통의 특기가 아닐까 생각되는... 알랭 드 보통 새 책 또 나왔더라고요

    • BlogIcon Delic 2012/01/22 01:35  address  modify / delete

      그 새 뭔가 또 나왔나보네요-

      여행 무사히 마치시고 돌아오셨군요! 여행기 기대하겠습니다~_~

수상한라트비아인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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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여기 적던 형식이 있으니 굳이 접어넣지는 않겠지만, 추리물의 특성상 결말을 알게 되기를 원치 않는 이들은

더이상 읽지 않기를 권장하는 바임.

* '심농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방인을 이렇게 쓰지 않았을 거다'라는 카뮈의 멘트가 책 뒷표지에 적혀있는 것에

마음이 동해 히가시노 게이고 이후 실로 오랜만에 집어든 추리물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간이 좀 심심했던 한 끼.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추리'소설' 쪽에 무게를 두고 읽는 게 차라리 더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까 싶었을 정도로,
 
본인이 기대한 방향과는 달리 인물이나 상황 묘사는 꽤 극적인데 사건 전개가 너무 정직하게 다가와버려서.

아무래도 이제는 거의 하나의 클리셰로 굳어져버린 쌍둥이 트릭에서 너무 시들해져버렸나봐. 매그레 반장같은
 
거구의 카리스마가 이런 류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기억이 좀체 없었던 고로 초장부터 묵직하게 하드보일드 느낌이
 
나서 좋았건만, 이토록 스파이시한 캐릭터가 휘젓고 다녔어도 내 입맛에는 이야기가 이미 싱거웠던 터라 어딘지

모르게 좀 아깝더라. 충분히 매력 있는데.

* 마지막 부분은 사립탐정이었다면 모를까, 형사가 자기 권총이 있는 곳까지 알려줘가며 자살 방조라니. 내 정서로는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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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세트(전2권)박민규소설집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박민규 (창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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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이, 근처일 것이다. 주인공이 어릴 적에 타임캡슐을 묻었던 장소도, 그가 평생을 배회한 스스로의 삶도.
 
그리고, 내가 박민규라는 작가의 글에서 어떤 저력을 느끼는 부분도. 거의 이런 언저리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

여기에 실려있지 않은 단편 '아침의 문'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 그의 전매특허인 듯 보이는 위트 있는 상상력과는

비교적 동떨어진 곳에, 의외로 정공법으로 접근한 쪽에서 현재의 감흥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꽤 눈에 띄고 있는
 
편이다. 물론 의외성을 지닌 어떤 대상 혹은 이벤트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받아들여지던 것(냉장고에 도저히
 
들어가지 않을 법한 객체의 수납이나 오리배 연합의 존재같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이번에도
 
아스피린이 하늘에 막 떠있다), 이번 단편집에서 제일 '마음이 갔던' 글은 분명 '근처'였다. 이 글 하나를 되풀이해
 
읽느라 이 소설집을 끝내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

* 몇몇 작품은 첫번째 단편집을 생각한다면 분명 각기 다른 방향으로 더 멀리 나간 느낌. 이 스펙트럼이 서문에
 
씌어있는 것처럼 언젠가 정말 그를 '하나의 채널'로 만들어줄 것만 같은.

* 문장의 분절로 만들어내는 특유의 호흡은 활용도가 굉장히 좋다. 특히 이걸 거의 글머리쯤에서 볼 때면 농구선수로

치면 끝내주는 퍼스트 스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 각 단편에 헌정의 대상이 있다고 함. 예컨대 '굿바이, 제플린'은 비행선을 발명한 독일의 페르디난트 폰 체펠린

백작, '별'은 알퐁스 도데를 위한 글이었다는 식. 참고로 '양을 만든 그분께서 당신을 만드셨을까?'의 헌정

대상으로 사무엘 베케트를 언급할 때 덧붙여 이 글이 '선인장 포자'라는 연작소설의 일부이며, 그런 이유로 '선인장
 
포자'가 책으로 묶일 때 다시 한번 수록될 것임을 미리 밝힌다고 되어있다.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 내에 접해볼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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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법정 (범우사,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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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금없이 이 책에 대해 포스팅하는 이유 세 가지.

 첫째는, 이번에 새로 이사온 방이 조금 오래된 곳인데, 특이하게 벽 한쪽에 책장이 고정으로 들어가있다. 그래서 이

참에 여지껏 나와 살면서 집에다 뒀던 책이며 CD들을 몽땅 다 가지고 와서 넣어버렸는데, 일단 이 자그마한 규모의

- 개인적으로 장차 꿈꾸고 있는 '서재' 이미지의 미약한 시작 - 콜렉션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연대기를 따라 과거를
 
반추하는 데에서 오는 일종의 뿌듯함을 느끼는 건 사실이지만, 한편 그 뿌듯함 이면에는 저것들을 모으고 소유하기
 
위해 수년간 장착해왔던 태도나 사고방식을 떠올려보니 스스로도 집착이었다 여길만큼 뭔가 과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요즘 종종 하게 되어서.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사지 않을 거냐고?

 ...에헴.

 두번째, 예전에는 막연하게 내게 필요한 재화의 규모라 함은 약간의 생활비 + 첫번째 언급한 것들을 사들이는 데
 
지불되는 금액 정도로 생각해왔건만, 막상 월급 타서 쓰기 시작하니까 내가 이렇게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았나 할
 
정도로 - 물론 '처음이니까 일단 이 정도는...'이라는 심리도 적잖이 작용했던 듯 - 지출이 꽤 과했다. 하루에 한
 
가지씩 버리기는 커녕 두세가지씩 늘릴 생각만 하고 있으니, 이것도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선을 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꾸 뒤돌아보고 확인하게 되어서.

 마지막으로, 이러한 연유들과는 무관하게 이삿짐 옮기다 잠시 이 책을 다시 잡았기 때문에.

* 무소유를 설파하는 글이 실린 책이 절판되고 나니 정작 소유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중고 가격이 뛰고 웃돈까지
 
곁들여져가며 거래되기도 한다는 일을 그 분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

* 자기 나름의 이해란 곧 오해의 발판이다. 어쩌면 이 구절에 공감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실은 오해일지도.

* 고등학교 3학년 때 은사님으로부터 받은 졸업선물.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메시지는 '희망찬 미래를 기원하면서.'

+) 알고 보니 바로 내일이 법정 스님 열반 1주기. 벌써 그렇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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