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기어이 저질러버렸습니다! 올 시즌 개막할 때까지만 해도 제가 이 짓하러 보스턴까지 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만, 어쨌거나 평생 숙원이었던 NBA 경기 관람을 - 그것도 정규시즌도 아니고, 그냥
플레이오프도 아니고, 파이널을! - 달성했습니다.
North Station 역(Orange Line)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경기장이 보입니다.
전면에 무슨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역시 셀틱스로 도배를 해놨네요, 우리의 진실이 형.
심지어는 맞은편 다른 건물의 공사장에도 Go Celtics!
다른 쪽에는 래리 오브라이언컵의 조형물이 세워져있었습니다.
경기장 동쪽 입구입니다.
진행요원들이 경기장 위쪽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의 유리벽들을 임시로 떼어내고 있습니다.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아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건물 밖까지 줄을 섰습니다. 물론 표를 구하는 줄이 아니라 전부 입장하는 사람들.
드디어 들어왔습니다! 처음 몇 분간은 이 광경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어요.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선수들이 나와서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보스턴 쪽은 아직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을 때네요.
하프라인에 래리 오브라이언컵의 형상이 추가된 것이 보입니다.
천장에 달려있는 우승 기록 및 주요 인물들과 영구결번입니다.
사진 찍히는 걸 워낙 싫어하기 때문에 1년에 제 얼굴 박힌 사진이 보통 10장이 채 넘지 않는 필자지만,
그래도 이렇게 와서 직접 봤다는 걸 남기고 싶은 마음에 한 장.
혼자 갔기 때문에 진행요원 아주머니 한 분께 부탁을 드렸는데,
깜빡하고 플래시를 설정하지 않아서 그만 어둠의 자식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시 부탁하려니까 그 새 어디 가버리셨더라구요.
모든 좌석에 티셔츠가 비치되어있었습니다. 티셔츠에 적힌 문구는 'Gotta Beat LA'
경기 전에 보스턴 영광의 시절들과 현재의 경기 내용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줬습니다.
이 때부터 벌써 관객들 기립박수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특히 래리 버드 나올 때는 뭐...
그러다 갑자기! 라커룸에서 경기장으로 통하는 통로가 생중계되기 시작합니다.
나와서 다시 몸 푸는 선수들.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나오고 국가를 부르는데 제창하는 가수가 무려 제임스 테일러...
누가 나와서 부를지는 경기에 대한 기대 탓에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솔직히 정말 놀랐습니다.
코트에서 가까운 좌석은 아니었지만 보는 데는 그다지 지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정도 거리에서 이렇게 경기가 손쉽게 눈에 잡힌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더군요.
하프타임에 무슨 덩크 쇼를 하더만요. 워낙 휘리릭- 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 골대에 덩크가 꽂히는 순간입니다.
역시나 휘리릭- 이지만 사람을 돌면서 넘고 있습니다.
골대 뒤쪽 관중들의 평상시 관람 모드.
원정팀 자유투 때의 속칭 '겐세이' 광분 모드.
진실이 형 3점!
88 : 98로 셀틱스가 파이널 첫 게임을 가져갔습니다. 이 날의 결정적인 장면은 진실이 형 연속 3점 성공과
4쿼터에 포지가 불발시킨 슛을 가넷이 그대로 팔로우 슬램으로 꽂아버린 것. 그리고 경기 말고 번외로 하나
꼽자면 - 중계에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경기 중간에 니콜슨 영감(잘 알려져있다시피 레이커스의 열혈
팬이죠)이 출연한 영화 중 한 장면을 그대로 따서 진실이 형의 플레이와 번갈아가면서 보여줬는데 그 때 니콜슨이
일갈했던 대사가 'You can't handle
The Truth'였어요. 구단 관계자들의 엄청난 센스. (실제로 경기장 근처에서
그 날 팔던 티셔츠 중 하나는 영화 샤이닝의 포스터 중 니콜슨 얼굴만 클로즈업시켜서 박아놓고 밑에는 We're
Baaaack, 뭐 이런 식이었음. 이런 패러디가 여기서는 먹히는구나...)
+) 뒤늦게 알아낸 사실. 영감이 You can't handle the truth 외치는 장면의 출처는 영화 A Few Good Men인 듯.
간만에 빅3 모두 좋은 활약을 펼쳐주었습니다. 클리블랜드 때 르브론과의 매치업이 진실 형님이었던 것을
떠올리며 코비와 레이의 경합을 지켜보았는데, 코비가 그다지 불이 붙은 모습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보니
괜히 Mr.81이 아니구나 생각되더군요. 말도 안되는 타이밍에 상체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꺾인 자세에서 유유히
터프샷을 성공시키고 백코트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어쩔 수 없다 싶었죠.
실제로 경기장에 가보고서 느낀 것은, 우선 관중들의 호응이나 연고팀을 응원하는 태도가 정말 대단하다는
점. 특히 프랜차이즈 스타인 폴 피어스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이 절실히 와닿았어요. 경기 중반에 폴 피어스가
누구한테 처박히고서 다리를 감싸쥐고 쓰러져있었는데 관중들 모두 'Let's Go, Paul'을 연호하며 라커룸에
들어갈 때까지 소리를 지르며 격려해주다가, 다시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내니 너나할 것 없이 다들 기립박수를
쳤을 때는 정말이지, 이래서 떠나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는 거구나 싶더라구요. 게다가 이러한 호응을 적절히 잘
조절하고 활용하는 장내 방송이나 화면들을 보며 선수들의 플레이로만 리그의 수준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경기장에서 하도 Beat LA를 아낌없이 외쳤더니 근 3년만에 연구개에서 피맛이 돌아 상태가 썩 좋지는
않습니다만, 하여간 정말 좋은 경험 했습니다. 2차전도 잡고 편한 마음으로 원정길에 오르길, Go Celtics!
+) 이번 여행 때문에 일부러 잘 쓰지도 않는 디카를 처음으로 장만했는데, 아무리 똑딱이라지만 모드나 사용법을
좀 제대로 숙지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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