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 그러니까 1996년에 그를 처음으로 만났다. 외가에 들렀을 때 이모 남자친구분(지금의 이모부)
께서 이모한테 선물하셨다던 HIStory 앨범. 내가 접했던 최초의 팝 음반이었다. 테이프로 두 개, A·B면과 C·D면에
실려있던 그 모든 곡들.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남색 테이프 본체에 붙은 노란 스티커가 저절로 떨어져나갈 지경에
이르기까지 듣고 또 들었다. 몇 달 전에 어머니 차에서 그 중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나머지 하나는 못쓰게 되서
버리셨다고 하셨다. 따지고 보면 저 앨범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지금 내가 듣고 향유하는 것들을 영영 접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첫 발자국을 남기게끔, 어쩌면 더 많은 것을 알게 하려고 내 걸음마를 이끌어주었으니까. 여담이지만,
본격적으로 힙합을 듣기 시작한 건 1998년부터였지만, 비기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건 이 앨범에 수록된 This
Time Around에서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점차 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일반인들이 상식 정도로 인지하고 있는
범위에서부터 정보 습득 능력이 온라인이라는 날개를 달고 난 이후 훨씬 더 세세한 것까지, 알면 알게 될수록 그는
정말 굉장한 사람이었다. HIStory에서부터 A·B면의 족적들을 하나하나 역으로 되짚어나가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좋다고 생각했던 곡이 한층 더 대단하게 들렸다.
2001년에 9년만의 신보라고 하던 Invincible이 발매되었다. 고3 수험생활이 끝날 무렵까지 이 음반을 알람으로
설정해놓고 줄곧 하루를 시작했다. 1번 트랙이 '알람치고는 조금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 날카로운 고양이
울음소리(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로 포문을 열면, 나는 비트의 첫 박이 울려퍼지기 전에 냅다 일어나서
꺼버리곤 했다. (옆집에도 들릴만한 음량이었으니)
같은 해에, 그의 데뷔 30주년 공연이 있었던 것 같지만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그 공연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그 때의 Billie Jean은 개인적으로 꼽는 '내 생애 최고의 퍼포먼스' 세 손가락 안에 든다. 혼자
서있는 저 무대가 저다지도 허하지 않을 줄이야. 저 확고한 존재감이라니.
군생활 말년에, 뭐든지 거리낌없이 할 수 있던 시절에, 디자인 전공이었던 후임에게 회색 무지티를 사다주고는
그 분 스스로가 그렸다고 알려진 그의 유년 시절 이미지를 보여주고는 그려달라고 했다. 마이크를 쥔채 구석에
웅크린 꼬마, 상단에는 Childhood의 가사가 적혀있는. 한 번 세탁한 다음 연해져버려서 지금은 옷장 안에 간직해둔
상태지만, 그렇다고 그에 대한 내 마음이 그렇게 희미해져버린 건 아니었다.
많은 좋지 못한 소문들이 있었다. 갖가지 불미스러운 일들, Tabloid Junkie의 가사처럼 미디어는 그를 끊임없이
괴롭혀댔다. 하지만 그런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언제나 내 마음 속에 떠올랐던 건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말들이었다. 별로 믿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이미 그가 내게 수차례 힘이 되어주고 너무 많은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섣불리, 맹세코 끝까지, 그를 부정해본 적이 없다.
오늘 아침, 이제 더 이상 쉽게 울지 않는 나는 정말 진심으로 눈물을 흘릴 뻔했다. 여느 때처럼 컴퓨터를 켜고
그다지 신용하지 않는 인터넷 뉴스를 스치듯 지나치다가, 소식을 접했다. 오보이길 바랬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현실감이 없었으니까. DCT에서 보통 아티스트 사망 관련글에 달리는 추모성 댓글과는 달리, 처음 몇몇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말도 안돼'라며 믿기지 않는 듯이 한 목소리를 냈다. TV를 켜보니 속보로 병원 인근에 모여든
사람들의 무리를 비춰주고 있었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한 건가...오전 내내 마음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내 평생의 영웅 중 한 사람이 떠났다 : 이것은, 이제 그의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한 것을 평생 한으로 짊어지고 살아갈
그의 수많은 팬들 중 여기 단 한 명이, 삼켜낸 눈물과 진심어린 애정으로 뒤늦게 바치는 고백이다. 당신을
동경해왔다고, 당신의 노래를 얼마나 큰 위로로 삼아왔는지 모른다고, 정말 아껴왔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럴
거라고...
영원히 기억하고 간직하겠습니다. 이제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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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멋집니다.
고이 잠드소서...
어떻게 저 간결함 속에 그의 특색만 고스란히 담아놓았을까요.
고이 잠드소서.